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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ang의 독서노트] 문사철

독서노트

by C.Sang 2022. 2. 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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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사진 이지성 작가 인스타그램

 

저자 : 이지성

저자 이지성은 대학을 2.2의 학점으로 졸업했다. 스물한 살 때부터 아버지의 빚에 보증을 서기 시작했다. IMF가 터지면서 아버지의 빚은 전부 신용정보회사로 넘어갔고, 이때부터 살인적인 이자가 붙기 시작했다. 스물일곱 살에 병장으로 제대했을 때 보증빚은 20억 원이 넘어 있었다. 스물일곱 살 9월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는데, 빚 때문에 서른한 살까지 도시 빈민 생활을 했다. 서른한 살 7월에 도시 빈민 생활을 청산하고, 경기도립 성남도서관 바로 밑에 위치한 달동네로 이사했다. 이때부터 빈민보다 조금 나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서른네 살에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후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생각하는 인문학』 등이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총 판매량은 420만 부를 넘겼다. 대표작들은 미국, 중국,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번역 출간됐다.

 

폴레폴레 회원들과 지역아동센터 인문학 교육 봉사 활동을 6년 넘게 해오고 있다. 2014년에는 오랫동안 인문학 교육 봉사를 함께 해온 사람들과 (주)차이에듀케이션을 설립했다. 차이에듀케이션에서는 ‘1년 100권 제대로 읽기’ ‘처음 시작하는 논어’ ‘인문학 교육 스터디’ 등 다양한 인문학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전국 대학가에 지역아동센터 인문학 교육 봉사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 차이에듀케이션의 꿈이다.

 

폴레폴레, 한국기아대책, 드림스드림과 함께 저개발국가에 학교와 병원 등을 지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와 병원 등을 총 18개 지었다. 앞으로 100개 넘게 짓고자 한다.

 

저자 : 스토리베리

스토리베리는 스토리 창작 전문 회사입니다.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들음으로써 나를 넘어 타인과 만나게 되지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이야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베리는 이야기가 주는 가치와 힘, 소통과 존중을 지향합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 『독서 천재가 된 홍 팀장』 『논어 천재가 된 홍 대리』 『장사 수업』 『하루 관리』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마테마티카 수학 대탐험』 등이 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프롤로그]

 

제갈대로가 비상구 계단을 내려올 때였다. 누군가 전화로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비상구 통로를 울리는 목소리는 신경질적이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김부장이었다. 김 부장은 화를 내며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대화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사내 비리?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럼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대로는 조심스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녹음 버튼을 누르려는데 김 부장이 통화를 하다 말고 비상문 쪽을 올려다 봤다.

"제갈대로 씨?"

깜짝 놀란 대로는 그만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휴대전화는 계단 아래로 굴러 김 부장 발밑에서 멈췄다. 순간 등줄기에서 땀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김 부장이 휴대전화를 들고 천천히 대로 곁으로 다가갔다. 대로를 본 김 부장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어디 가던 길인가?"

"아니요... 저기... 그게.... "

대로는 얼버무리며 휴대전화를 건네받았다. 김 부장은 알겠다면서 먼저 사무실로 향했다. 비상구 철문 닫히는 소리가 통로 전체를 울렸다. 마치 '넌 이제 죽었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대로는 흡사 자기가 회사의 운명을 걸머지기라도 한 것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비상문을 힘차게 열었다.

"회사에서 구린 짓을 하는 인간은 쫓아내야 해. 그나저나 증거가 있어야 꼬리를 잡지. 내가 그 증거를 찾아보겠어. 이 회사를 위해."

사무실에 들어가 김 부장부터 달려가 당신이 그러고도 부장이냐며 소리치기 싶었다.

'무슨 수로 증거를 잡지? 일단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김 부장한테 복종하는 척하자.'

대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자기와 한배를 탈 동지를 찾았다. 그러다 주리와 눈이 마주쳤다. 대로는 입사 동기인 주리를 전부터 눈여겨봤다. 자기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강단 있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대로가 볼 때 그녀는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 같았다. 그렇다면 자기가 하는 말을 믿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로는 같은 부서 사람들이 김 부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한 명이라도 김 부장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면 일을 터뜨렸을 때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부서 휴게실에서 사람들이 김 부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은근슬쩍 떠봤다.

그들이 말하는 김 부장은 무척 일을 잘하는 상사이자 화가 나면 아무나 물어뜯는 '미친개'였다. 그러나 때에 따라 베풀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불우이웃 돕기 성ㅇ금모금을 하면 대로네 부서가 회사 전체 1위를 했는데 그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바로 김 부장이라는 것이다.

"올 추석에 돌린 떡값, 대로 씨도 받았잖아. 그거 김부장님이 개인적으로 주신 거야."

한 사원의 말에 대로는 깜짝 놀랐다. 떡값을 부서원 전부에게 돌렸다면 그게 도대체 얼마나 될까 계산해 보았다. 그러다 혹시 자기가 받았던 떡값이 검은 돈이 아니었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대로는 김 부장이 부서 직원들에게 쓴 돈이 전부 뒤로 챙겨 얻은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때마다 몇백만 원씩 쓰실까요? 집이 엄청 부자인가요? 아니면 우리 회사 부장 연봉이 그렇게 많아요? 주식을 해서 대박을 치셨나? 아니면 투잡을 뛰시나? 아낌없이 돈을 펑펑 쓸 때마다 부러워서 그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대로가 사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그들은 잘 챙겨주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왜 김 부장에 대해 궁금해하느냐며 오히려 대로를 이상하게 여겼다.

다음 날 김 부장은 대로를 부쩍 많이 불렀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까지 대로에게 지시했다. 옆에 있는 동료들은 혹시 대로가 김 부장에게 찍힌 것이 아니냐며 덩달아 엮일까 봐 그와 대화하는 것조차 꺼렸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잡일은 대로의 몫이었고 김 부장이 시킨 일 때문에 그는 김 부장을 제대로 감시할 틈도 없었다.

'이렇게 일만 하고 있으면 증거는 언제 찾지?'

이리저리 치이는 대로를 보며 부서원들은 종종 휴게실에서 대로의 뒷담화를 했다. 그럴 때면 나주리 사원은 본인이 없는 데서 말하지 말라며 그들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들은 대로 편을 드는 주리에게 조심하라며, 김 부장에게 한번 찍히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로는 휴게실에 들어가려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자기편을 드는 주리가 새삼 고마웠다.

'비열한 인간 같으니. 이렇게 해서 나를 내쫓으려고? 아, 그때 녹음을 해야 했는데.'

구내식당에 들어서니 김 부장 주변에 부서원들이 모여서 밥 먹는 모습이 보였다. 대로는 그 무리에 가려다 좀 떨어져서 혼자 밥을 먹었다. 식당으로 들어온 주리가 식판을 들고 대로 앞에 앉았다. 대로는 주리를 보자 김부장이 앉은 쪽으로 가라며 고갯짓을 했다.

"대로 씨, 뒤에서 없는 ㄴ사람 얘기하지 마세요. 정확한 사실도 아니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그 사람 앞에서 해요. 그럴 수 없으면 아예 입을 열지 말고요."

대로는 주리한테 겉과 속이 다른 김 부장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주리 말대로 정확한 증거가 없이 차마 입을 뗄 수 없었다. 대로는 주리 말이 다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로와 주리가 함께 식사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오자 김부장이 주리를 불렀다.

"오늘부터는 주리 씨가 대로 씨 야근할 때 좀 도와줘야겠어요."

주리는 아무렇지 않게 알겠다고 대답했다. 직원들이 대로와 주리를 번갈아 봤다.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너희는 이제 둘 다 찍힌 거야.'

대로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더럽고 치사한 김부장을 자기가 먼저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것은 바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자기 때문에 주리까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

야근을 마치고 사직서를 썼다. 사무실 안을 훑어보니 자기와 주리만 있었다. 대로는 조용히 일어나 김부장 자리로 갔다. 그러고는 사직서를 책상 위에 놓으려는데 주리가 불렀다.

"대로 씨, 김부장님하고 무슨 일 있는 거 맞죠? 내내 지켜봤는데 대로 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내 말이 틀렸나요?"

대로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김부장님한테 묻지 않아요? 남들이 봐도 다 이상한데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물러서는 거예요?"

"확실하지 않아 묻지 않는 거예요. 나만 빠지면 사무실 분위기는 예전처럼 돌아가겠죠."

"여기서 그만두면 대로 씨는 김부장님을 모함하다 양심에 찔려 그만둔 사람이 되는데 괜찮으세요?"

그 말에 대로는 화들짝 놀랐다.

'아, 다들 그렇게 얘기하는구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오늘만 날이 아니ㅏ에요. 좀 더 생각해 봐요. 그리고 혼자 생각하기 힘들면 같이해요. 입사 동기 좋다는 게 뭐예요. 지난 이삼 년 동고동락하고 혼자만 빠지겠다는 거예요? 나만 두고?"

 주리가 대로를 빤히 쳐다봤다. 주리의 까만 눈동자에 흔들리는 자기 모습이 비쳤다. 생각해보니 이 부서에서 입사 도기는 주리와 자기뿐이었다.

"내가 주리 씨 옆에 있는 게 과연 도움이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되고 안 되고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거예요.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주리가 환하게 웃었다. 대로는 그 웃음을 보니 왠지 든든했다. 대로는 알겠다며 사직서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주리를 안심시키려고 사직서를 거둬들였지만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다.

 

 

"중요하지요. 내가 왜 사는지 알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을 테니까요. 방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잘 살 수 있겠어요? 그냥 살기만 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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