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직도 기자 겸 작가라며 사람들 앞에서 내 소개를 할 때마다 신기하기도 당황스럽기도 하다. 태어나 단 한 번도 꿈꿔본 적이 없던 모습이었으니까.
나의 어릴 적 꿈은 케이팝 댄스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제2의 트와이스나 방탄소년단을 꿈꾸는 지망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금 그때를 떠올리면 창피하기 그지없지만 당시에는 나름 진지했다. 공연도 하고 대회도 나가고 오디션도 보고 데모 테이프를 찍기도 했다. 당시 소녀시대의 멤버 효연이 다녔던 학원이라고 해서 유명해진 신촌의 모 댄스학원을 다니기도 했더랬다. 살구색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남자 수강생들 사이에서 홍일점으로 팝핀 수업을 듣다가 도저히 아닌 것 같아 방송댄스반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아무튼 알바를 해서 수강료를 벌고 인천에서 신촌까지 오갈 정도로 내 마음은 컸다. 하지만 몇 년을 노력해도 나의 부름은 대답을 얻지 못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는 가수가 되기에는 재능이 부족하구나.'
그렇다고 재능이 아예 없지는 않았기에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던 나의 꿈. 유치하지만 제법 진지했던 나의 소중한 꿈이 사라진 뒤 일상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하고 난 뒤에는 취업을 해 직장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당했다. 나의 인생은 그동안 춤과 노래로 점철되어 있었는데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다. 당연히 무시했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기 전 머리를 감을 때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게 뭔데? 한 번 해보지 뭐.'
도대체 왜 쓰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맛을 보기라도 해야 그런 생각이 다시는 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글을 썼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억울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를 곰곰이 따져봤다.
한 시간은 너무 길고 30분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15분 정도 맛보기로 시작하고 괜찮다 싶으면 바로 늘리기로 했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어도 20분은 후딱 가는데, 하루에 양치질하는 시간과 씻는 시간을 다 합치면 30분은 족히 넘는데, 이 정도면 버리는 셈 쳐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라는 계산 끝에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나는 퇴근 후 다시 출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은 그랬지만 평생을 살아오면서 관련학과 전공자도 아니고 학보사 출신도 아닌 내가 가만히 앉아 무언가에 대해 길게 꾸준히 쓴다는 건 마법처럼 한 번에 딱 되는 일이 아니었다.
썼다가 멈췄다가 귀찮아서 덮었다가 피곤해서 미뤘다가를 반복하며 지난하게 이어나갔다. 그때 그만두지 않았던 건 아마도 내 목표가 소박 해서였을 거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도 된다.
짧은 시간이면 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습관이 들기 시작했다. 글을 쓰지 않는 날에도 글쓰기가 생각났다. 한 달이 석 달이 되고 일 년이 되었다. 그때부터는 외롭지 않기 위해 함께 쓸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그렇게 또 삼 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가 되었다.
만약 지금 혹시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만약 지금 혹시 퇴근 후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직장 그만두지 않아도 좋다고,
쓰는 순간 우리는 작가가 된다고.
목차
제1장 이론
- 하루 15분이면 충분하다
- 동기부여와 강제성
- 나에게 맞는 장르 찾기
- 혼자 쓰지 않고 함께 쓰기
- 글로 부수입 얻기
- 연재하기와 출판하기
- 출판하는 방법
제2장 실전
- 참신한 소재 찾기
- 이야기를 담는 그릇, 형식
- 감정과 상태를 바꿔 글쓰기
- 장소를 바꿔보기
- 색다른 재료를 사용해보기
- 나만의 스타일 찾기
- 글의 맛 살리기
- 말은 곧 글이다
- 경험, 위대한 글의 시작
- 알맞은 플랫폼을 찾아가라
P.55
글쓰기 관련 모임이나 단체
펜벗: 반디앤루니스에서 운영하는 서평단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만 아니라 큐레이션에도 참가할 수 있으며 비교적 혜택이 많고 잘 관리가 되는 편이다. 특히나 모집 때마다 경쟁률이 꽤 높을 정도로 책을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스포츠 명예기자단: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구단 혹은 언론사 쪽에서 일을 하고 싶은 지망생들에게는 꼭 거쳐가야 할 하나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협회 쪽 명예기자의 경우 원고료를 받으며 글을 쓸 수 있으며 큰 대회를 취재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구단에서 뽑는 명예기자의 경우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다 보니 연고지가 같은 팀에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
시민기자단: 대표적으로 '오마이뉴스'에서 운영하는 시민기자제도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누구나 가입 후 기사를 쓸 수 있지만 그 글을 편집부에서 채택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정식 발행된 기사에 대해서만 원고료를 지급한다. 내가 쓴 글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 데스크와 함께 특정 행사나 대회에 대한 기획기사를 준비할 수도 있다.
블로그 기자단 혹은 서포터즈: 생활글을 많이 써본 사라이라면 누구나 지원해볼 만한 제도이며 기수제로 운영된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있는 곳도 있으나 주로 온라인에서만 모이는 경우가 많다. 구나 시 단위 행정기관에서 많이 모집을 하는 편이다.
TIP:
책에 관심이 많고 활동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이라면 서평단을, 활동적이며 여럿이 모여 함께 쓰기에 부담이 없다면 명예기자단을,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보고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다면 시민기자단을, 말랑말랑한 글을 써보고 싶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싶다면 블로그 기자단이나 블로그 서포터즈단을 추천한다.
P.82
출판하는 방법
출판을 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획출판
-자비출판
여기서 자비출판은 다시 그 두가지로 나눈다.
- 독립출판
- POD출판
먼저 기획출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가장 크게 우리가 단행본 작업으로 인식하는 형태다.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인세를 받는 구조로 작가는 원고만 쓰면 된다. 본문 및 표지 디자인과 인쇄의 과정은 모두 출판사가 맡는다. 책을 내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전액 출판사가 부담하고 원고 작성에 들어가는 비용은 저자가 부담한다. 계약금 조로 선인세를 받는 경우도 있고, 책이 출간된 후 인세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인세의 비율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요즘에는 8%에서 10% 사이이며, 선인세를 받을 시 1쇄에 해당되는 비용을 정산하는데 예전에는 1쇄를 최소 천 부에서 3천 부로 봤다면 지금은 쇄를 최소 500부에서 1,500부 사이로 본다.(물론 출판사 별로 차이가 있고 저자의 인지도에 따라 다르다)
기획출판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출간 과정에서 저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일체 없고 또한 디자인이나 인쇄와 같은 영역은 전문가가 담당하기 때문에 분업화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통 및 마케팅을 할 때도 작가의 부담이 적은 편이다. 물론 지금은 독자들과 가까이서 소통해야 하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자주 만나야 하는 편이지만 입고나 정산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큰 단점이 있다. 신인작가는 계약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출판사에서는 기존에 작업을 함께 해본 저자들이 있고 마음에 드는 원고는 먼저 연락을 취하는 편이기에 그런 컨택이 없다면 기획출판을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투고다. 그래서 출간을 희망하는 작가들은 출판사에 기획서와 목차 그리고 원고의 일부를 이메일로 보낸다. 관계자가 검토 후에 마음에 든다면 회신을 보내고 계약을 진행하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 원고의 분량이나 구성이 충분치 않다면 추가 수정을 해야 하고 출간이 되기 전까지는 편집자와 의견을 교환하며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 과정에 부담을 느낀다면 기획출판은 안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자비출판에 대해 알아보자. 말 그대로 작가가 원고를 쓰고 사비를 들여 출간을 하는 형태인데 예전에는 주로 원고만 넘기고 자비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에서 거꾸로 저자에게 진행 비용을 받았다. 최소 백만 원 이상으로 책정되어 있는 금액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쉽사리 도전하기 어렵다는 경우가 많았는데 독립출판이 등장하고 자리를 잡으면서 양상이 조금 바뀌었다.
이러한 자비출판 중 독립출판은 기존의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원고 작성, 디자인, 인쇄, 유통 그리고 정산까지 모두 작가가 직접 하는 시스템이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원하는 내용을 원하는 만큼 쓰고 다지인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으며 인쇄 역시 내가 형편이 되는 부수만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디자인을 외주를 주지 않으면 직접 배워야 하고 유통 및 정산까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벅찰 수 있다. 하지만 원고 집필 시에 기존 단행본보다 적은 분량으로도 출간이 가능하기에 그 에너지를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분산시켜 쓰도록 조절할 수 있다.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는 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거꾸로 선택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고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POD는 그러한 독립출판의 단점을 보완한 예이기도 한데, 원고 집필 및 디자인까지는 독립출판과 같으나 인쇄과정이 다르다. 미리 책을 찍어놓는 게 아니라 독자가 주문을 할 때마다 한 권씩 인쇄를 하는 시스템으로, 인쇄비와 제작비의 부담이 적거나 아예 없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재고의 부담이 없고 바로 입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인쇄를 해야 하기에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소 길고 오프라인 매장에는 입고를 하기 힘들다는 게 단점이다. 독립출판에는 관심이 있으나 아예 자비부담이 없는 쪽을 원한다면 POD 출판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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