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현재에 되살아나는 역사의 현장 속으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역사가 단지 과거의 옛 이야기로만 흘러가고, 현재에 되살아나지 못하면 그 역사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역사 속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과정들이 현재 속에서 되살아나 새로운 방향과 의미를 제시해줄 때 역사의 힘은 빛을 발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현대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경험을 했지만, 사실 조선시대에도 왕을 쫓아낸 반정이 두 차례 있었다. 중종반정과 인조반정의 원인은 권력의 독점과, 소통의 부재, 소수 측근 정치의 폐해 등으로 최근의 대통령 탄핵과 놀랍게도 닮아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역사는 현재에 다가오는 역사일 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우리 역사의 다양한 모습과 그것이 지니는 현재적 의미를 꾸준히 전달해왔다. 그 과정에서 2015년 10월 <세계일보>의 지면을 통해 '역사의 창'이라는 이름으로 격주 간 역사 칼럼을 연재해왔고, 3년 가까이 정리된 원고를 모아 <신병주 교수의 조선산책>을 출간하게 되었따. <신병주 교수의 조선산책>에는 <대구매일신문>을 비롯해서, 이전에 쓴 칼럼 원고를 다시 모아 시의에 맞게 재구성한 내용도 일부 포함되었다.
이 책에는 부제에서 표현한 것처럼 민초들의 생활상부터 왕실의 암투에 이르기까지 미시사와 거시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들과 그것이 지니는 현재적 의미까지 담으려고 노력했다. 선비의 육아일기, 선조들의 설 풍속과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 한강의 얼음, 바둑 이야기, 살인 코끼리에 대한 대응 등 생활사에 대한 기록부터, 1636년 혹독했던 겨울 남한산성에서의 척화파와 주화파의 갈등, 반정의 단서를 제공했던 국정 농단 여인들, 세종 시대의 국민투표, 영조의 탕평책 등 조선시대 정치사의 면면까지 담으려 노력했다.
필자가 역사의 현재성과 더불어 강조하는 점은 '현장성'이다. 집현전 하면 세종 대 학문의 산실이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는 대부분 모르고 있다. 세종이 처음 사가 독서 제도를 실시하여 성종과 중종 대에 독서당이 만들어진 현장,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이 원래 정동에 있다가 현재 성북구 정릉동으로 옮겨진 까닭, 문정왕후가 사후에 남편 중종과 함께 하지 못하고 태릉에 묻힌 사연, 1760년에 추진되었던 청계천 공사의 현장과 함께 1795년 정조의 화성행차의 배경과 일정을 정리하여 생생하게 조선의 역사를 체험하게 했다. 조선 궁궐의 자존심 경복궁과 창덕궁이 조성된 이야기와 남한산성, 칼을 찬 선비 남명 조식 유적지, 제주도의 하멜 표착지 등 우리 국토 곳곳에 산재한 현장들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언론에 칼럼으로 시작된 글들이 모인 만큼, 체계를 잡고 적절한 소제목을 붙이는 작업이 요구되었다. 편집자의 꼼꼼한 정리와 깔끔한 도판 배치가 이루어지면서 산재된 원고들이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책의 완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준 신수엽님과 교정 작업에 참여한 건국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생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2018년 4월.
일감호가 보이는 건국대 연구실에서 .
목차
1. 왕, 부흥과 몰락 사이 외줄을 타다
- 연산군과 장녹수의 최후
- 조선판 탄핵과 반정, 쫓겨난 왕들의 최후
- 세종의 눈부신 용인술
- 책에 빠진 정조와 이덕무
- 문종이 앵두나무 심은 뜻
- 왕의 형으로 사는 비운
- 광해군의 분조 활동
- 왕의 초상, 어진
- 조선시대 국장과 왕릉
2. 시대의 위인을 조명하다
- 시대를 앞서간 예술인, 신사임당
- 1636년 병자호란,
- 남한산성의 두 사람 김상헌과 최명길
- 기억해야 할 여성 독립운동가들
- '의병의 날'과 곽재우
- 남명 조식의 유적을 찾아서
- 유득공과 '이십일도 회고시'
- 청백리의 모범, 오리 이원익
- 춘향전 속 암행어사 이야기
3. 현재를 되새기게 하는 사건과 현장
- 1453년 계유정난의 빛과 그늘
- 태종과 신덕왕후 강씨 그 악연의 현장, 청계천 광통교
- 태릉과 태릉선수촌의 역사
- 1592년 7월, 한산대첩과 이순신
- 정유년과 대한제국
- 1593년 한양 수복과 1950년 서울 수복
- 1653년 8월,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
- 1896년 2월을 기억하나요
- 광복과 조선왕실의 최후
4. 조선의 빼어난 기술과 문화재
- 찬란한 유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 정조의 화성행차, 타임머신 속으로
- 한양 도성을 걸어보는 즐거움
- 경복궁과 전각의 이름에 담긴 뜻
- 가장 조선적인 궁궐 창덕궁
- 관동별곡과 함께하는 강원도 기행
- 난중일기와 쇄미록
- 조선왕조실록의 편찬과 보관이 주는 지혜
- 책거리와 문자도 들여다보기
- 세계를 일주한 민영환의 기행문
5. 풍류가 넘치는 일상생활사
- 선비의 육아일기
- 넉넉한 일정 설날 풍속
- 선조들의 여름나기 지혜
- 역사와 함께하는 제주여행
- 바둑 고수 첩자에게 속은 백제 개로왕
- 기근과 추위 극복의 일등공신
- 살인 코끼리에 벌을 내려주소서
- 화폐 인물과 그림에 담긴 뜻
- 토정비결에 투영된 이지함의 기억
- 백제의 숨결을 간직한 공주와 부여
6. 조선의 정책을 엿보다
- 세종 때도 국민투표 있었다
- 당쟁의 시대에서 탕평의 시대로
- 영조의 유공자 후손 특채 '충량과'
- 과거시험과 지역 인재 할당제
- 조선시대 세제 개혁, 대동법과 균역법
- 책 읽는 유급휴가, 조선의 사가독서
- 임금님의 선물, 한강 얼음
- 지진은 왕의 부덕의 소치일까
- 조선 왕실의 새해맞이
- 역사 속에서 우리가 된 귀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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